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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예술영화 감상의 첫걸음 – ②스토리 없는 영화는 왜 강하게 남는가

by 쏠쏠한 문화 정보꾼 2025. 12. 9.

감정의 여운이 이야기보다 오래 남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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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줄거리’를 따라 영화를 본다

많은 관객은 영화를 감상할 때 자연스럽게 줄거리를 따라간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누가 주인공이고, 어떤 결말이 나오는지를 중심으로 영화를 이해하려 한다.
이는 대중영화가 기본적으로 **‘사건 중심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줄거리를 따라가는 감상 방식은 익숙하고 편하다.
하지만 예술영화를 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혼란을 겪는다.
사건이 없다. 갈등이 없다. 명확한 목표도, 결말도 없다.
그래서 이렇게 묻는다.

“이 영화는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거지?”

그러나 중요한 건,
예술영화는 애초에 ‘이야기’보다 ‘감정’을 남기기 위해 존재하는 장르라는 점이다.


예술영화는 서사가 아니라 ‘감정의 상태’를 보여준다

예술영화는 줄거리를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한 인물의 감정 상태, 혹은 한 공간의 분위기 자체가
영화 전체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홍상수 감독의 《강변 호텔》은 죽음을 앞둔 시인이
눈 덮인 호텔에서 가족과 짧게 마주치는 이야기지만,
줄거리 자체는 거의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관객은
그 고요한 장면들 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인간의 감정,
가족 간의 거리감,
그리고 말하지 못한 감정들을
조용히 느끼게 된다.

이러한 영화는
줄거리 대신 감정이 중심이며,
사건 대신 **‘분위기’와 ‘상태’**가 영화의 주인공이다.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줄거리보다 ‘느낌’이다

영화를 보고 시간이 지난 뒤,
우리는 줄거리보다 감정을 먼저 기억한다.
어떤 장면의 빛,
한 인물의 침묵,
그때의 공기,
혹은 마음속에서 느꼈던 정적.

이처럼 예술영화는
이야기 대신 느낌을 남기는 장르다.
그 느낌은 관객마다 다르게 해석되고,
시간이 지나도 내면 어딘가에 깊게 자리잡는다.

대중영화가 끝나는 순간 감정도 끝나는 경우가 많다면,
예술영화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감정이 계속된다.
그것이 ‘이해할 수 없지만 강하게 남는 영화’가 되는 이유다.


스토리가 없다는 건, ‘비어 있음’이 아니라 ‘공간을 열어둠’이다

“이 영화는 아무 내용도 없던데?”라고 말하는 관객이 있다.
하지만 예술영화가 줄거리를 제거한 이유는
감정이 머물 공간을 열어두기 위해서다.

줄거리로 꽉 채워진 영화는 관객에게 상상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반면, 이야기가 비워진 영화는 관객의 감정과 해석이 들어갈 여백을 만들어준다.

예를 들어,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계절의 흐름과 스님의 일생을 통해
삶과 죽음, 윤회와 속죄를 조용히 묘사한다.
이 영화는 대사가 거의 없고, 설명도 없다.
그러나 관객은 그 정적 속에서
삶에 대해, 관계에 대해, 용서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품게 된다.

이것이 예술영화가 ‘스토리를 포기하면서 얻는 것’이다.
감정의 여운, 의미의 공간, 그리고 해석의 자유.


예술영화 감상의 핵심은 ‘줄거리를 내려놓는 연습’이다

처음 예술영화를 접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줄거리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사건을 찾으려 하기보다,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고,
말보다 침묵이 말하는 것에 귀 기울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예술영화를 감상하는 건
이야기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것은 일종의 감정 수업이고,
삶을 바라보는 감각을 다시 회복하는 과정이다.


마무리하며 – 감정을 따라갈 수 있을 때, 예술영화는 당신 안에 남는다

예술영화는 친절하지 않다.
줄거리를 알려주지도 않고,
감정을 정리해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관객이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스토리가 없어서 더 오래 기억에 남고,
결말이 없어서 더 많은 감정을 떠올리게 되는 영화.
그것이 예술영화가 가지는 독특한 힘이다.

예술영화를 감상한다는 건
‘이야기를 이해하려는 행위’가 아니라,
‘감정과 여운을 곱씹는 경험’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다음 글 예고 – ③편

<strong>《예술영화를 어렵게 느끼는 이유와 진짜 감상법》</strong>

  • 왜 예술영화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가?
  • 낯선 감정과 마주하는 두려움
  • ‘이해하려 하지 않는’ 감상법이 필요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