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이야기

감정으로 읽는 예술영화 - 공허함: 《더 스퀘어》(The Square, 2017)

by 쏠쏠한 문화 정보꾼 2025. 12. 18.

감정으로 읽는 예술영화 ③편 공허함: 《더 스퀘어》(The Square, 2017)

“무너진 신뢰와 흔들리는 자아가 남겨놓는 감정의 빈자리”

사람은 관계 속에서 자신을 확인하고,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정리하곤 한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아무도 나를 바라보지 않는 것 같고,
어떤 순간에는 모두가 나를 비난하는 것만 같아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관계의 경계가 흐려지고, 역할이 무너지고, 내가 누구인지 잠시 잊어버리는 때가 있다.
그때 사람은 설명하기 어려운 ‘공허함’이라는 감정을 마주한다.


이 감정은 분노처럼 폭발하지도 않고, 슬픔처럼 울음을 남기지도 않는다.
그저 깊고 거대한 구멍처럼 마음 한가운데 머무르며
삶의 방향과 의미를 조용히 헤집어 놓는다.

 

《더 스퀘어》는 바로 그 감정, 공허함의 정체를 예술 세계와 사회적 관계 안에서 보여주는 영화다.
표면적으로는 현대미술을 둘러싼 풍자극처럼 보이지만,
영화가 파고드는 지점은 훨씬 더 인간적이고 내밀한 감정의 구조다.
관객은 주인공의 선택, 말, 행동을 따라가며
타인과 사회 사이에서 길을 잃은 인간이 어떻게 공허함을 만들어내는지 목격하게 된다.


《더 스퀘어》는 어떤 영화인가?

  •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
  • 출연: 클라에스 방, 엘리자베스 모스
  • 수상: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 장르: 예술영화 / 풍자 드라마
  • 관람 난이도: ★★★★☆ (상징·은유가 많고 감정 구조가 복잡)

표면적으로 영화는 미술관 큐레이터인 크리스티안이
정체 모를 도난 사건으로 인해 점점 무질서한 상황에 빠지는 과정을 따라간다.
그러나 이 영화가 실제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도난’이 아니라 정체성의 붕괴,
‘사건’이 아니라 관계의 균열,
‘예술’이 아니라 감정의 빈자리에 가깝다.

주인공은 성공한 예술계 인물처럼 보이지만,
작은 사건 하나로 삶의 균형이 흔들리고,
그 균열을 메우려는 행동이 오히려 더 큰 혼란을 낳는다.
관객은 그의 위태로운 일상을 따라가며
겉으로는 당당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허공을 딛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공허함을 시각화하는 영화적 장치

1. 의미가 사라진 공간 – 예술이라는 보호막의 붕괴

영화는 미술관이라는 폐쇄적이고 정돈된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의미와 해석을 생산하는 공간이지만,
정작 그 공간 속 인물들은 자신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예술은 그들에게 역할을 부여하지만,
그 역할이 사라지는 순간 사람은 공허함에 직면한다.
영화는 이 대조를 반복해 보여주며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내면은 텅 빈 삶’을 드러낸다.

2. 반복되는 사회적 관계의 충돌

크리스티안은 도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윤리 기준과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계속 충돌한다.
그가 내리는 선택은 매번 불완전하고,
그 불완전함이 새로운 문제를 낳는다.
이 충돌은 결국 스스로의 정체성에 균열을 만들고,
관객은 그 균열을 통해 공허함이 조금씩 스며드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3. 감정이 빠져나간 자리에 남는 침묵

영화 곳곳에는 이유 없이 길어진 침묵이 등장한다.
이 침묵은 관객에게 생각의 공간을 남기고,
주인공의 공허함을 그대로 관객 안으로 전달하는 장치다.
말보다 침묵이 감정을 더 크게 드러내는 순간들이
영화 전반에 묵직한 무게감을 남긴다.


이 영화를 감상하면 무엇을 느끼게 될까?

《더 스퀘어》는 관객에게 스스로의 빈자리를 마주하게 만든다.
영화 속 사건은 현실적이기보다는 상징적이지만, 그 상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안에도 정체가 흐릿해지는 순간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공허함은 실패나 상실에서만 오는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관계 속에서 역할이 흔들릴 때, 나의 행동이 내 마음과 어긋날 때, 말하고 싶은 감정이 정리되지 않을 때
가장 쉽게 나타난다.

 

영화는 공허함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대신 관객에게 말한다.
"이 감정은 누구에게나 스며드는 것이며,
때로는 이 감정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일이 필요하다."

 

영화가 끝난 뒤,
관객은 이름 붙이기 어려운 감정을
조금 더 선명하게 인식하게 된다.


감정 감상 연습 – 공허함을 바라보는 질문

  • 나는 최근 어떤 순간에 마음이 갑자기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는가?
  • 그 감정은 외로움과 다른가, 혹은 같은가?
  • 공허함을 메우기 위해 내가 무리하게 붙잡았던 관계나 역할은 무엇인가?
  •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감정 중,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은 공허함을 분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스스로 인지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감정은 이해보다 인식이 먼저이며,
인식되는 순간 그 감정은 더 이상 나를 흔들기만 하는 힘이 아니다.


감정으로 읽는 예술영화 다음 글

감정 키워드 : 혼란(Confusion)
추천 작품 :《버드맨》(Birdman,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