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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감정으로 읽는 예술영화 - 갈망: 《콜드 워》(Cold War, 2018)

by 쏠쏠한 문화 정보꾼 2025. 12. 22.

닿을 수 없기에 더 깊어지는 감정의 방향

사람은 원하는 것이 가까이 있을 때보다
멀어져 있을 때 더 강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그 감정은 단순한 욕구가 아니라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결핍에서 비롯되며
그 결핍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뚜렷해진다.
《콜드 워》는 바로 이러한 갈망의 구조를
가장 세밀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표현한 영화다.

갈망은 충족되지 않는 감정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흔들리고 무너지고 다시 서는 과정을 반복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이 삶의 방향과 현실에 부딪힐 때
갈망은 더욱 강렬한 감정으로 변한다.

 

감정으로 읽는 예술영화 - 갈망: 《콜드 워》(Cold War, 2018)


《콜드 워》가 보여주는 만남과 이별의 반복

《콜드 워》의 중심에는 두 사람이 있다.
줄라와 빅토르는 음악을 통해 처음 만나고
그 순간부터 서로에게 강하게 끌린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삶은 언제나 어긋나 있다.
정치적 상황, 개인의 선택, 감정의 불안정함 등
수많은 요소가 두 사람 사이에 거리를 만든다.

영화는 이 만남과 이별의 반복을
정교한 리듬으로 이어붙이며
관객이 갈망이라는 감정의 축적을 느끼도록 만든다.
줄라와 빅토르가 재회할 때마다
관객은 그 순간이 완성된 감정이 아니라
미완의 감정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콜드 워》는
사랑이 이루어지는 과정보다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감정에 집중하며
갈망이 어떤 감정적 풍경을 만들어내는지 깊이 보여준다.


갈망은 서로에게 닿지 못할 때 더 강해진다

갈망이라는 감정은
둘 사이의 물리적 거리보다
심리적 거리가 더 크게 작용한다.
줄라와 빅토르는 가까이 있을 때보다
멀어져 있을 때 서로를 더 강하게 느낀다.

《콜드 워》는 이 감정의 구조를
장면의 대비를 통해 표현한다.
함께 있는 순간에도 불안이 존재하고
떨어져 있는 순간에는 갈망이 더 강해진다.
이 아이러니는 감정이 얼마나 복잡한지,
그리고 갈망이 어떻게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지를 강조한다.

줄라는 독립을 갈망하고
빅토르는 안정적인 관계를 갈망한다.
서로의 갈망이 서로를 향해 있지만
그 방향은 서로를 완전히 맞추지 못한다.
바로 이 불완전함이
《콜드 워》의 감정적 중심이다.


시대와 음악이 갈망의 감정을 더욱 확장한다

《콜드 워》의 배경인 냉전 시대는
삶의 선택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게 만든다.
정치적 억압과 사회적 구조는
두 사람의 사랑을 가로막고
그 틈에서 갈망은 더욱 깊어진다.

음악은 이 감정의 매개체로 작동한다.
줄라가 부르는 노래는
그녀의 마음속 갈망을 드러내는 동시에
두 사람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의 온도를 바꿔놓는다.
음악은 현실에서는 이어지지 못한 감정이
다른 형태로 흘러나오는 통로가 된다.

영화는 시대·음악·개인 감정이
서로 결합되며 만들어내는 복합적 갈망을
정교하게 연출한다.
갈망이 단일한 감정이 아닌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감정임을 보여준다.


서로를 원하는 마음이 서로를 소멸시키는 순간

《콜드 워》의 후반부에서
줄라와 빅토르는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선택은 갈망이 사랑의 완성으로 이어지지 못할 때
감정이 얼마나 극단으로 흐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갈망은 이루어지지 않을 때
사람에게 가장 강한 감정적 압력을 준다.
두 사람은 갈망을 사랑으로 만들지 못하고
갈망을 삶의 방향으로도 만들지 못한다.
결국 그 감정은
서로를 묶어두는 힘이 아니라
서로를 소진시키는 힘이 된다.

《콜드 워》는 갈망을 아름답게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갈망이 감정을 지탱하는 동시에
감정을 파괴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는 관객에게 묻는다.

“갈망이 이루어질 수 없다면
그 감정은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가?”

이 질문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관객의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남는다.


다음 예고 – 감정으로 읽는 예술영화 ⑭편

혼돈(Disorder): 《멀홀랜드 드라이브》(Mulholland Drive, 2001)

다음 편에서는 감정 시리즈의 흐름을 이어
혼돈(Disorder) 이라는 감정을 다룰 예정이다.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는 서사를 통해
혼돈이 사람의 내면을 어떻게 흔드는지를
가장 실험적이고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감정이 분열되고 재구성되는 지점을 탐구하는 중요한 회차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