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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으로 읽는 예술영화-후회: 《인 더 베드룸》(In the Bedroom, 2001) 상실 이후의 감정이 뒤늦게 남겨놓는 깊은 흔적사람은 큰 상실을 겪고 난 뒤에야그 상실을 둘러싼 감정을 하나씩 정리하게 된다.그 과정에서 가장 늦게 모습을 드러내는 감정이 바로 후회다.후회는 단순히 “그때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판단이 아니다.후회는 상실과 분노를 지나감정이 가장 고요한 형태로 남을 때 비로소 나타나는심리적 잔향이다.《인 더 베드룸》은 바로 이 후회의 감정을 가장 정확하고 조용하게 포착한 영화다.이 작품은 사건보다 감정에 집중하며,관객이 마치 인물의 내면을 함께 들여다보는 것처럼후회의 무게를 체감하게 만든다.《인 더 베드룸》이 그려내는 상실 이후의 감정적 되돌아보기《인 더 베드룸》은 한 가족이 아들의 죽음을 겪으며그 상실을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는 과정을 따라간다.부모는 같은 사건을 .. 2025. 12. 21.
감정으로 읽는 예술영화 - 외로움: 《나이트 온 더 플래닛》(Night on Earth, 1991) 도시의 어둠 속에서 서로 스쳐 지나가는 마음의 거리사람은 혼자 있을 때만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수많은 사람 속에서도 고립을 느낄 수 있고,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어도 마음이 멀어질 때 외로움은 더 짙어진다.《나이트 온 더 플래닛》은 바로 이 감정의 형태를 다룬 영화다.도시의 밤을 달리는 택시 안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서로 다른 인물들이 짧게 스쳐 지나가며 드러내는 감정을 통해외로움이 무엇인지 조용하게 설명한다.감독 짐 자무시는 이 영화에서대단한 사건이나 극적인 전개를 제시하지 않는다.대신 대화의 리듬, 도시의 소리, 택시 내부의 조명 같은미세한 감정 요소를 조합하여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사람들 사이를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나이트 온 더 플래닛》은 외로움이 특별한 감정이 아니라,현대인의 삶.. 2025. 12. 20.
감정으로 읽는 예술영화 - 절망: 《브레이킹 더 웨이브》(Breaking the Waves, 1996) 희생과 사랑이 부딪힐 때 남겨지는 감정의 깊은 어둠사람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희생을 선택한다.그러나 희생이 깊어질수록 감정은 단순한 헌신에서 벗어나더 복잡하고 어두운 형태로 변하게 된다.《브레이킹 더 웨이브》는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극단적 선택이어떻게 절망이라는 감정을 만들어내는지를 가장 잔혹하고도 섬세하게 보여주는 영화다.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사랑의 숭고함이 절망과 얼마나 가까운 위치에 있는지를 묵직하게 드러낸다.《브레이킹 더 웨이브》가 보여주는 절망의 구조《브레이킹 더 웨이브》의 중심에는 ‘베스’라는 인물이 있다.베스는 사랑하는 남편 얀을 위해 모든 감정을 바치려 하지만,그 과정에서 베스는 서서히 자신을 잃어가고결국 절망이라는 감정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간다.영화가 택한 감.. 2025. 12. 20.
감정으로 읽는 예술영화 - 두려움: 《픽닉 앳 행잉록》(Picnic at Hanging Rock, 1975) 설명되지 않는 공백이 만들어내는 원초적 감정의 흔들림사람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사건을 마주할 때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낀다.두려움은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설명되지 않는 공백과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앞에 서 있는 인간의 내면에서 발생하는 감정이다.《픽닉 앳 행잉록》은 바로 이 ‘설명되지 않는 공백’을 중심으로 두려움을 다루는 영화다.영화는 실종이라는 사건을 설명하지 않으며,관객이 이유를 찾지 못한 채 감정의 무게를 그대로 마주하도록 만든다.이 글은 《픽닉 앳 행잉록》 속 두려움의 본질을 감정 중심으로 해석하는 여정이다.《픽닉 앳 행잉록》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시간의 정적《픽닉 앳 행잉록》의 첫인상은 아름다움이다.햇빛이 비치는 여름날, 정교하게 다려진 흰 드레스,규율 속에서 조용히 흐르는 여학생들의 일상.그러.. 2025. 12. 19.
감정으로 읽는 예술영화 - 분노: 《레볼루셔너리 로드》(Revolutionary Road, 2008) 관계와 현실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감정의 파열음사람은 누구나 더 나은 삶을 꿈꾼다.그러나 그 꿈이 현실의 무게와 충돌하면 감정은 복잡하게 뒤틀리고,그 뒤틀린 감정의 끝에서 분노가 발생한다.《레볼루셔너리 로드》는 분노가 어떻게 삶과 관계를 흔드는지,그리고 분노가 왜 한 인간의 내면을 잠식하는 감정으로 남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이 영화는 단순히 결혼과 갈등의 이야기가 아니라,이루지 못한 삶·좌절된 꿈·멈춰버린 현실이 한 사람에게 어떤 분노를 일으키는지를 기록한 작품이다. 이루지 못한 꿈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균열《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처음부터 평범한 삶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시작된다.프랭크와 에이프릴은 자신들이 더 큰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믿었지만,현실은 그들의 꿈을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든다.분노는 보통 .. 2025. 12. 19.
감정으로 읽는 예술영화 - 슬픔: 《블루 발렌타인》(Blue Valentine, 2010) 관계의 균열이 남기는 조용한 감정의 잔향사람은 사랑이 시작될 때 설렘과 기대를 품는다. 하지만 사랑의 시작은 곧 감정의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품고 있으며, 그 변화는 때때로 설명하기 어려운 슬픔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블루 발렌타인》은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의 온기와 관계가 무너지는 순간의 공허를 교차해 보여주며, 슬픔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형성되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는지를 다층적으로 기록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명확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지만, 감정의 속도와 방향이 달라지면서 관계는 서서히 균열을 보인다. 이 글은 《블루 발렌타인》이라는 작품을 통해 슬픔의 본질을 바라보고, 감정이 관계 안에서 어떤 움직임을 만들어내는지 살펴보고자 한다.《블루 발렌타인》이 보여주는 사랑의 시작과 감정의 가능성《블루.. 2025. 1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