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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으로 읽는 예술영화 - 혼란: 《버드맨》(Birdman, 2014)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려질 때, 혼란이라는 감정이 드러나는 방식” 사람은 스스로의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종종 타인의 시선을 빌려오기도 한다.누군가의 인정이 삶의 방향을 대신 결정해주고,박수 소리가 자아를 유지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그러나 이 인정이 사라지거나 방향이 바뀌면,내가 누구인지조차 모호해지며 감정의 중심이 흔들린다.그때 사람은 혼란이라는 감정을 마주한다. 혼란은 단순히 정신이 어지러운 상태가 아니다.혼란은 현실의 기준이 흐려지고, 스스로의 정체성이 흔들릴 때 발생하는 정서적 균열이다.자신에게 품었던 확신이 무너지고,그 확신이 사라진 자리에 불안과 과장된 환상이 번갈아 자리를 차지한다. 《버드맨》은 바로 이 혼란의 정체를 예술과 현실이라는 두 축을 통해 그려낸 영화다.무대 위에서 자신을 증명하.. 2025. 12. 18.
감정으로 읽는 예술영화 - 공허함: 《더 스퀘어》(The Square, 2017) “무너진 신뢰와 흔들리는 자아가 남겨놓는 감정의 빈자리”사람은 관계 속에서 자신을 확인하고,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정리하곤 한다.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아무도 나를 바라보지 않는 것 같고,어떤 순간에는 모두가 나를 비난하는 것만 같아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관계의 경계가 흐려지고, 역할이 무너지고, 내가 누구인지 잠시 잊어버리는 때가 있다.그때 사람은 설명하기 어려운 ‘공허함’이라는 감정을 마주한다.이 감정은 분노처럼 폭발하지도 않고, 슬픔처럼 울음을 남기지도 않는다.그저 깊고 거대한 구멍처럼 마음 한가운데 머무르며삶의 방향과 의미를 조용히 헤집어 놓는다. 《더 스퀘어》는 바로 그 감정, 공허함의 정체를 예술 세계와 사회적 관계 안에서 보여주는 영화다.표면적으로는 현대미술을 둘러싼 풍자극처럼 .. 2025. 12. 18.
감정으로 읽는 예술영화 – 죄책감: 《더 파더》 (The Father, 2020) “기억이 흐려질수록 선명해지는 죄책감의 무게”시간이 흐를수록 사라지는 것이 있다. 사람의 이름, 함께한 대화, 어제의 사건들. 하지만 희미해지는 기억과 달리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죄책감은 시간이 흘러도 저절로 없어지지 않는다.《더 파더》는 치매를 겪는 아버지와 그를 돌보는 딸의 이야기이지만, 이 영화의 본질은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관계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보여주는 데 있다. 관객은 기억과 현실이 섞인 혼란 속에서도 감정만은 유일한 진실로 남는다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죄책감은 뚜렷한 잘못 없이도 생긴다. 내가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무겁고, 책임지지 못했다는 감정이 나를 조용히 짓누른다. 이 영화는 그런 죄책감의 실체를 섬세하게 다룬다.《더 파더》는 어떤 영화인가?감독: 플로리안 젤.. 2025. 12. 12.
감정으로 읽는 예술영화 – 불안: 《맨체스터 바이 더 씨》(Manchester by the Sea, 2016) 감정으로 읽는 예술영화 – 불안: 《맨체스터 바이 더 씨》(Manchester by the Sea, 2016)“말할 수 없고, 고칠 수 없는 감정 – 불안이 만든 고요한 파문”사람은 누구나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한 순간을 경험한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이 불편하고, 어딘가 불에 그을린 듯 타들어가는 감정이 몸속에 남아 있는 상태. 그것이 바로 불안이라는 감정이다.불안은 단순한 긴장감이 아니라, 과거의 상처, 책임감, 죄책감, 공허함이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하는 감정이다. 그렇기에 불안은 말로 설명되지 않으며, 해결보다는 함께 견뎌야 하는 경우가 많다.예술영화는 이런 감정을 직선적인 플롯이나 명확한 대사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장면의 흐름, 인물의 표정, 침묵의 길이 등을 통해 관객이 그 감정을 ‘느.. 2025. 12. 12.
예술영화 감상의 첫걸음 – ⑩ (최종편)예술영화가 나를 바꾸는 방식 감상의 끝은 결국 나의 변화출처 freepik“예술영화를 본 후, 내 감정이 조금 달라졌다.”예술영화는 종종 불친절하고 어렵게 느껴진다.줄거리가 선명하지 않고, 대사가 적으며, 해석도 열려 있다.그런데도 사람들은 한 편의 예술영화를 본 후이상하게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한다.삶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 더 섬세해졌고,타인의 감정에 더 민감해졌으며,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고 말한다.이번 마지막 글에서는예술영화 감상이 어떻게 관객의 감정, 인식, 태도에 영향을 미치며삶의 해석 방식을 바꾸는 감정적 도구로 작용하는지를 이야기해본다.1. 감상을 넘어 ‘공감’으로 확장되는 경험예술영화는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는다.관객이 스스로 감정을 찾아가고,그 감정 안에서 타인의 시선과 내면을 이해하는 과정이 발.. 2025. 12. 11.
예술영화 감상의 첫걸음 – ⑨예술영화는 왜 말이 적을까 침묵이 전하는 감정의 언어말로 설명되지 않아 더 깊이 와닿는 장면들영화를 감상할 때 우리는 흔히 대사를 중심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간다.인물이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설명을 하는지가 이해의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하지만 예술영화는 이 흐름을 거부한다.말 대신 침묵이 감정을 이끈다.대사가 거의 없는 장면,눈빛과 움직임만으로 진행되는 장면,아무도 말하지 않는 긴 시간 속에서도관객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이것이 바로 예술영화의 힘이다.이번 글에서는예술영화가 말을 줄이고 침묵을 강조하는 이유,그리고 그 침묵이 어떻게 관객의 감정을 자극하는지를 분석해본다.1. 침묵은 관객에게 해석의 공간을 제공한다예술영화는 관객이 감정을 해석하도록 유도한다.감정을 설명하지 않고,정서적인 힌트만 남긴 채,그 의미를 관객 스스로 .. 2025. 12. 11.